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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싱 부스> 로망과 향수, 바이럴 마케팅 시너지

by OMFW 2024.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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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2018년 넷플릭스 로맨틱 코미디 '키싱 부스'는 뜻밖의 초대박 히트작이었습니다. 베스 리클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는 유명 출연진이나 막대한 마케팅 예산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키싱 부스'는 금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이 되면서, 두 편의 후속작까지 내놓고 젊은 출연진들을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과연 어떤 이유에서 이 영화가 이렇게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고전 로맨틱 판타지 요소를 가져와 현명한 타이밍과 바이럴 마케팅을 활용했다는 점 등 다양한 요인들이 이 영화를 글로벌 현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낭만적 소재와 판타지 망상을 채워주는 요소들

10대 매체에서 "완벽한 이웃 남자"는 수십 년간 주된 로맨틱 소재로 활용되어 왔죠. 오랜 친구이자 옆집 소년이 나를 새롭게 보고 열렬한 사랑에 빠지는 상상은 건재한 청소년들의 로망입니다. '키싱 부스'는 이 소재를 주인공 엘리(조이 킹 분)가 평생 친구 리의 형 노아(제이콥 엘로디 분)에게 호감을 갖는 설정으로 재해석했습니다. 근심 가득한 반항아 이미지의 노아가 대학에서 돌아와 멋진 몸매를 자랑합니다. 한편 한때 소년 남자 같았던 엘리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고등학생으로 탈바꿈합니다. 킹과 엘로디의 자연스러운 연기 내공이 스크린에서 살아나며, 두 사람의 트레이드마크 작은 싸움은 점점 로맨틱한 매력으로 바뀝니다. 많은 관객에게 이 커플은 "매력적인 오래된 친구에게 반했으면 어떨까?" 하는 궁극의 로망을 실현시켜 준 셈이었죠. 각본은 리가 엘리에게 노아와 사귀지 말라고 약속하게 하는 설정으로 상황의 긴장감을 높였습니다. 이를 깨트리며 장애물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로맨스에 걸맞은 방해가 생깁니다. 또한 클라이맥스 댄스 장면 같은 로맨틱 판타지 요소도 가감 없이 담아, 이런 꿈같은 이야기에 심취하고 싶은 관객의 기대를 만족시켰습니다.

90년대 하이틴 영화에 대한 향수

'키싱 부스'는 주 타깃이 10대 관객이었지만, 동시에 '쉰들러 리스트', '내가 널 사랑할 수밖에 없는 10가지 이유' 같은 90년대 하이틴 영화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와 X세대의 그리운 감정을 교묘히 자극했습니다. 이 영화에는 그 시절 고전들을 연상케 하는 오마주와 영향이 가득합니다. 예를 들어 "틴 보드" 댄스 파티나 야구 결승전 장면은 히스 레저 주연작 '쉰들러 리스트'의 명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런 직접적인 오마주를 넘어, 90년대 청소년 코미디의 가벼운 분위기와 비누 오페라 같은 톤을 완벽히 구현해 냈습니다. 캘리포니아 햇살 가득한 배경부터 전형적인 캐릭터들(운동 능력자 남자친구, 빵 터지는 친구, 으르렁대는 부모님 등)까지 90년대 작품 세계 그 자체였습니다. 20-30대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10대 시절 로맨틱한 혼란과 과장된 멜로드라마를 생생하게 떠올리게 하는 향수 가득한 체험이었습니다. 노스탤지어는 밀레니얼 세대만이 아닌 X세대 부모들에게도 해당되었습니다. 엘리의 고등학생 시절 고민과 첫사랑 성취를 지켜보며, 그들 또한 한때 젊음의 짝사랑과 자아 발견의 설렘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일과 돈, 자녀 양육에 시달리는 많은 어른들에게 '키싱 부스'의 하이틴 분위기는 단순했던 옛날로 돌아가는 향수를 선물했습니다.

키싱 부스의 세 주인공

바이럴 마케팅과 넷플릭스 플랫폼 활용

탄탄한 로맨틱 설정과 향수 자극이 '키싱 부스'에 강력한 입소문을 일으켰다면, 영화 마케팅 전략과 배급 방식 역시 큰 역할을 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으로 공개된 이 영화는 개봉 때부터 전 세계 1억 5천만 넷플릭스 가입자를 최초 관객으로 확보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영리하게도 10대와 청년층을 노린 SNS, 유튜브, 인플루언서 콜라보 등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벌였죠. 이런 적극적인 마케팅이 '키싱 부스'를 바이럴 현상으로 만들면서, 관객들의 반응 영상과 밈(유행어) 등이 이 열풍에 힘을 보탰습니다. 제이콥 엘로디의 상의 탈의 장면을 가리키는 "엘로디 벗는 신"을 비롯해, 팬 에디트 영상, 틱톡 오마주, 인스타그램 욕구 자극 게시물 등이 끊임없이 생산되며 화제를 계속 이어갔습니다. 결국 이 열기는 후속작 제작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케팅 외 또 다른 넷플릭스 플랫폼 이점은 넷플릭스 스트리밍 모델 자체가 '키싱 부스' 흥행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입니다. 구독자라면 누구나 추가 비용 없이 손쉽게 이 오리지널 작품을 볼 수 있었으니까 접근성이 월등히 좋았던 것입니다. 관객들은 상영시간을 맞출 필요 없이 원할 때마다 반복 재생할 수 있었습니다. 스트리밍의 편리함에 힘입어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시청하는 것도 수월했죠. 또한 노아와 엘리의 달콤한 로맨스 장면을 마음껏 되풀이하며 꼼꼼히 음미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영화관 상영 시간에 맞춰야 했다면 이런 여유는 없었을 터입니다. 하지만 스트리밍이라 별다른 부담 없이 재생만 누르면 되니 말입니다. 결국 이 영화가 전형적인 로맨틱 판타지를 잘 살렸을 뿐만 아니라, 90년대 청소년 고전의 정서를 재현하고, 혁신적인 넷플릭스 배급 방식과도 시너지를 일으키며, 저예산작 신세임에도 불구하고 문화 대세로 부상할 수 있었습니다.

<키싱 부스>의 완벽한 넷플릭스 히트작 요건

그렇다면 '키싱 부스'가 시대를 초월한 유행 바람이 된 데에는 어떤 필수 요소들이 작용했을지 주요 성공 요인을 짚어보겠습니다. 첫째는 동경과 공감을 아우르는 10대 로망이었습니다. 영화의 근간은 외형상 이상화된 이성에게 주목받고 사랑받는 10대의 로망을 자극하는 데 있습니다. 노아라는 캐릭터 자체가 관능적이긴 하지만, 초반 그와 엘리의 로맨스는 의외로 친근하고 현실감 있게 그려져 관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 사이의 로맨스가 점점 로맨틱한 판타지로 고조되면서 동경의 대상이 되는 식입니다. 엘리 또한 이런 동경과 현실 사이를 교묘히 오가는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초췌했던 그녀가 자신감 넘치는 고등학생으로 변모하는 모습은 일견 동경의 대상이지만, 질투와 자신감 결여 등 인간적인 결함 또한 가지고 있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이렇게 동경과 공감을 적절히 섞어 관객들이 작품에 투자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둘째로 이 영화는 10대 로맨틱 코미디를 혁신하기보다 향수를 자극하는 익숙한 통념과 소재들을 현명하게 재활용했습니다. 댄스파티에서 방과 후 농구동아리, 빳빳한 부모님에 이르기까지 과거 작품의 요소들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매력의 커플 내세우기, 여자들의 우정 강조, 가벼운 미투 메시지 등 현대적 분위기도 곁들여져 복고풍과 균형을 이뤘습니다. '키싱 부스'가 다른 '옛것 재현' 시도들과 확실히 구분되는 가장 큰 시너지 효과는 바로 작품 본연의 진정성에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자신의 설정과 캐릭터를 과장 없이 열렬히 그려내며, 90년대 청소년 고전들이 지녔던 매력과 진심을 고스란히 재현해 냈습니다. 이렇게 작품 본연의 매력에 충실했기에 그 시대 명작들의 재관람 가치를 되살릴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키싱 부스'는 가볍지만 유쾌한 내용, 90분가량의 알맞은 러닝타임 등 넷플릭스 스트리밍 히트작을 위한 최적의 요소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 같은 대중성과 중량감 없는 전개 탓에, 넷플릭스를 브라우징 하다 "그럼 한번 볼까?" 하고 선택하게 되는 작품이었죠. 하지만 지나치게 가벼운 비누 오페라 수준은 아니어서, 충분한 몰입감으로 관객들을 끝까지 붙들어 둘 수 있었습니다. 가볍게 90분을 때우고 싶은 수많은 시청자들의 갈증을 '키싱 부스'만큼 잘 해소해 준 로맨틱 코미디도 드물었을 것입니다.

마치며

결국 '키싱 부스'의 천문학적 성공 비결은 로망 실현, 향수 자극, 현대적 감수성, 스트리밍 최적화라는 강력한 요소들의 시너지에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발포되는 로맨틱 꿈을 제대로 채워주는 완벽한 처방전이었던 셈입니다. 관객 개개인에 따라 이 작품을 90년대 청소년 코미디의 현대화 버전으로 봐도 좋고, 아니면 스트리밍 시대의 새로운 로맨스 스토리텔링 모범 사례로도 여길 수 있겠지만, 어쨌든 '키싱 부스'는 예기치 못한 대중문화 현상이 되며 문화사의 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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